“공부는 쉬운 것은 아닙니다. 당장 그 정의만 보아도, 서양의 ‘스터디’가 애쓰다, 힘쓰다, 노력하다는 뜻이고, 한자말 역시 애쓰다, 힘써 일하다 노력하다 외에,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내다 뜻입니다. ‘공부’라는 세상의 말들만 봐도, 힘든 것,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지요. 이렇게 힘든 공부를 어떻게 제대로 하려면, 저는 인문학 강의를 할 때 자주 드는 비유가 있는데 바로 ‘자전거 타기’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지식을 배우고 공부를 할 때 정보 획득을 최우선과제로 삼았습니다. 자전거를 보십시오. 자전거 원리와 구조만 수십 번 생각하고 외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자전거를 탈 수 없습니다. 자전거는 자전거에 올라타야 탈 수 있습니다.
철학을 해야 철학을 알게 되고, 신앙생활도 해봐야 신앙을 제대로 배우게 됩니다. 자전거 타는 것을 배울 때처럼 중요한 것은 ‘올라타기’입니다. 올라타면 비로서 문제가 생기죠, 넘어지고 깨어지고, 다치지요, 그렇지 않고서는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지 못할 것입니다. 신앙생활도 해봐야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 순종하고 말씀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올라타서’ 넘어지고 깨어지고 다쳐봐야 알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서 신앙이 성장하게 되지요.
정보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자전거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전거인지 승용차인지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 올라타야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웁니다. 그래야 변화가 뒤따라옵니다. 단순히 정보(information)을 얻는 것이 아닌 변화(transformation)가 일어납니다.
지식은 정보에 머물지 않고 변화를 일으킵니다. 자전거에 올라타면, 지금까지는 자전거를 보고 이야기하던 사람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으로 변화되지요. 마찬가지로 신앙생활도 신앙생활에 ‘올라타면’ 이제까지는 신앙을 이야기하던 사람이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변화됩니다.
‘변화’ 이것이 두 번째 단계입니다. 그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자전거를 신나게 타는 것이지요, 공부도 하다보면 신나게 하게 됩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숙달되면 재미있고, 즐거워집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정보와 변화를 거쳐 즐김과 누림의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지식, 제대로 된 앎은 ‘정보(information)-변화(transformation)-즐김과 누림'(enjoyment)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제는 신앙에 관해 말하는 단계에서 한 단계 나아가 신앙에 ‘올라타야’ 합니다. 그리고 즐기며 누리는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에서도 사람의 제일 된 목적이 무엇이냐는 첫 질문에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과 그분을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답합니다.
즐거워하기 위해서는 1단계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아야 하고, 2단계 그분을 따라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3단계에 들어가 그분께 영광 돌리고 그분을 즐거워하고 그분으로 인하여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의 신앙이나 공부, 우리의 삶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못하기 때문에 삶 따로, 신앙 따로, 학문 따로 분리되어 사는 것입니다. 중요하는 것은 Learning by Practice, Learning by Doing, 즉 실천을 통한 배움, 행함을 통한 배움입니다. 우리의 삶과 신앙, 학문, 우리의 교회생활에서 이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찬 리뷰 2017년 3월호에서 발췌한 강영안 교수의 글입니다.